2016년, PC 개발의 선구자이자 전설적인 컴퓨터 과학자로 불리는 앨런 케이는 당시 서른 살이던 한 청년을 향해 ‘문명의 건설자’라는 극찬을 남겼다. 그가 일찌감치 알아본 이 인물은 현재 ‘챗GPT’로 전 세계에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샘 올트먼 오픈AI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대중은 챗GPT가 세상에 공개된 이후에야 그에게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지만, 실리콘밸리에서 그는 이미 영웅적인 존재로 통했다. 업계에서는 그가 마크 저커버그나 일론 머스크를 뛰어넘어 미래 기술 생태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쏟아내고 있다.
스탠퍼드 중퇴생에서 거물급 투자자로
시카고에서 태어나 세인트루이스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부터 남다른 떡잎을 보였다. 피부과 의사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올트먼은 불과 여덟 살 때부터 매킨토시 컴퓨터로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 이후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과에 진학하며 승승장구하는 듯했지만, 19세가 되던 2005년 과감히 학교를 중퇴한다. 곧바로 친구들과 위치 기반 소셜미디어 앱인 ‘루프트’를 창업했고, 2012년 이를 4340만 달러에 매각하며 벤처 업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의 행보는 단일 사업에만 얽매이지 않았다. 2011년 파트타임 파트너로 합류했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Y콤비네이터에서 2014년 대표직에 오르며 타고난 안목을 증명했다. 당시 그를 발탁한 폴 그레이엄은 “만난 지 3분 만에 19세의 빌 게이츠가 바로 이런 모습이었겠구나 확신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올트먼의 지휘 아래 Y콤비네이터는 에어비앤비, 레딧, 코인베이스, 드롭박스 등 3500개가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개인적인 투자 성과도 엄청났다. 기업가, 프로그래머, 투자자로서 그가 벌어들인 수익은 약 2억 5000만 달러에 달하며, 포브스는 2015년 그를 ’30세 미만 최고 투자자’로 선정했다. 또한 사내 연구소에 1000만 달러를 기부해 신도시 건설이나 기본 소득 같은 광범위한 사회 연구를 지원하는가 하면, 홍채 인식 기반의 디지털 화폐 기술을 연구하는 월드코인을 설립하며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망상에 가까운 자기 확신과 13가지 비결
글로벌 리더로 부상한 그가 2019년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성공하기 위한 13가지 방법’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회자된다. 수천 명의 창업자를 곁에서 지켜보며 얻은 날카로운 통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의 경력은 직선의 기울기로 상승하지만, 자본과 기술, 브랜드와 네트워크를 꾸준히 결합해 멀리 내다보면 어느 순간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 J커브 형태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론 머스크를 예로 들며 “망상에 가까울 정도로 스스로를 굳게 믿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답이 없는 막막한 상황에서는 독창적인 사고방식만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는 나침반이 된다는 것이다. 뛰어난 두뇌와 피나는 노력, 둘 중 하나만 제대로 갖춰도 상위 10%에 들 수 있지만 최상위 1%가 되려면 반드시 두 가지를 모두 갖춰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네트워크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동료들을 진심으로 아낀다는 평판을 쌓고 다른 사람의 장점을 칭찬하는 데 인색하지 않다면, 결국 그 호의가 10배로 돌아온다는 철학이다. 실제로 그는 소통을 극도로 즐긴다. 코로나19로 화상 회의가 보편화되기 훨씬 전부터 한 달에 무려 6000분, 하루 평균 3시간 이상을 업무상 통화에 할애할 정도였다.
철학을 현실로 구현하는 새로운 AI 에이전트 환경
이러한 올트먼의 거시적인 비전과 끈질긴 탐구 정신은 최근 오픈AI가 선보인 기술적 진보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단순한 대화형 AI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오픈AI는 기업들이 더 안전하고 강력한 맞춤형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도록 ‘에이전트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Agents SDK)’를 대폭 개편했다.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단연 ‘샌드박스’ 기능의 도입이다.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AI는 때로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보일 위험이 있다. 하지만 샌드박스를 활용하면 에이전트를 특정 작업 공간에 완벽히 격리할 수 있다. 시스템 전체의 안전성을 철저하게 보호하면서도, 허가된 특정 파일과 코드에만 접근해 임무를 수행하도록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복잡한 임무를 수행하는 자율형 AI의 도약
이와 함께 개발자들이 최신 프런티어 모델을 기반으로 에이전트를 테스트하고 배포할 수 있는 ‘인-디스트리뷰션 하니스(in-distribution harness)’ 환경도 새롭게 제공된다. 프런티어 모델은 현재 사용 가능한 가장 진보된 범용 AI를 뜻한다.
오픈AI 제품 팀의 카란 샤르마는 “이번 출시는 샌드박스 제공업체들과의 호환성을 극대화하여, 사용자들이 어떤 인프라 환경에서든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장기(long-horizon)’ 임무 수행 에이전트를 쉽게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기능들은 파이썬(Python) 환경에서 우선적으로 배포되었으며, 추후 타입스크립트(TypeScript) 지원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오픈AI는 향후 코드 모드와 하위 에이전트(subagents) 관리 등 다채로운 능력을 SDK에 추가하며, 올트먼이 꿈꾸는 혁신적이고 안전한 인공지능 생태계를 계속해서 완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