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의 한 여성복 팝업스토어에는 연일 젊은 여성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매장은 중국계 초저가 패션 브랜드 ‘샵사이다’의 임시 매장으로, 최근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샵사이다는 홍콩에서 2020년에 설립되어 본사는 미국 LA에 두고 있으며, 대부분의 의류는 중국 광저우에서 생산되어 전 세계로 배송된다.
중국 패션 플랫폼, 한국 백화점까지 진출
샵사이다는 저렴한 가격과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세계 Z세대 여성들에게 주목받고 있으며, 2022년 한국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인 국내 진출을 시작했다. 서울 성수동과 더현대서울 등 주요 상권에서 팝업스토어를 연 데 이어,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인 에이블리에도 입점했다. ‘블랙핑크’ 제니, ‘아이브’ 장원영 등 인기 K팝 아이돌들이 브랜드 의상을 착용하며 인지도를 더욱 높였다. 현재 샵사이다는 130개국에서 판매 중이며, 한국은 매출 순위 5위 안에 들어간다.
샵사이다보다 먼저 설립된 패션 플랫폼 ‘쉬인’도 한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쉬인은 2012년 중국에서 출범했으며, 2022년 한국에 법인을 세우고 서울 성수동에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한국 배우 김유정을 브랜드 전속 모델로 기용하며 국내 소비자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초고속 생산과 저렴한 가격이 무기
이들 브랜드의 최대 강점은 ‘초저가’와 ‘초고속’ 전략이다. 쉬인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최신 패션 트렌드를 분석하고,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10일 이내에 마무리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하루 출시되는 신상품은 약 6000개에 달하며, 평균 가격은 14달러로 H&M이나 Zara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러한 전략은 해외에서 ‘울트라 패스트패션’으로 불린다.
뿐만 아니라 쉬인은 전 세계 20개국에서 3000명의 디자이너를 양성하며 디자인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 샵사이다 또한 한국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강화하며 디자인과 품질 측면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시장이 가진 글로벌 영향력
중국 패션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은 K팝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영향력이 크고, 이로 인해 한국에서의 성공이 곧 아시아 전역에서의 인지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샵사이다의 제품 중 제니가 착용한 2만 원대 상의는 즉각 품절되며 브랜드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했다.
한편, 이러한 브랜드들의 저렴한 가격에는 윤리적 문제도 따른다. 쉬인은 중국 신장 지역에서의 강제노동 의혹으로 인해 미국 증시 상장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현재는 영국 상장을 추진 중이다. 반면,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윤리적 패션에 대한 인식과 규제가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국내 시장 내 중국 플랫폼 영향력 확대
중국 전자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는 최근 국내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 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 중이다. 이는 중국 플랫폼의 한국 시장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의 윤은영 책임연구원은 “과거에는 중국산 제품이 싸구려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기획과 소싱 역량이 크게 향상됐다”며 “국내 패션 업계도 디자인과 품질에서 경쟁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