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소재” 산업의 재도약… 포스코는 악재 털고 반등, 고려아연은 美 11조 잭팟

국내 대표 소재 기업인 포스코홀딩스와 고려아연이 각각 내부 리스크 해소와 대규모 해외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3분기 실적 저점을 확인하며 증권가의 긍정적인 전망을 이끌어냈고,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손잡고 국가 전략 자산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모양새다.

증권가, 포스코홀딩스에 ‘매수’ 시그널… 악재 선반영 분석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포스코홀딩스에 대해 일제히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며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지난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기존 44만 원이던 목표가를 47만 원으로, 신한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 역시 각각 40만 원과 43만 9천 원으로 눈높이를 올렸다. 이는 전날 종가인 32만 원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낙관론의 배경에는 ‘일회성 리스크 해소’가 자리 잡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7일 공시를 통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6천39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발생한 신안산선 붕괴 사고 여파로 자회사인 포스코이앤씨가 공사를 일시 중단하며 1천950억 원 규모의 대규모 비용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를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로 해석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이유진 연구원은 “올해 최대 리스크였던 건설 부문 비용이 이번 분기에 상당 부분 반영되었으며, 남은 2천300억 원 역시 다음 분기에 털어낼 예정”이라며 악재가 정점을 지났음을 시사했다.

건설 부문 비용 넘어 ‘본업’ 철강과 리튬 회복세 뚜렷

주목할 점은 본업인 철강과 신성장 동력인 이차전지 소재의 회복세다. NH투자증권 이재광 연구원은 “중국 철강 수출 감소와 국내 보호무역 강화 기조로 철강 업황 개선이 기대되며, 공급 과잉폭 감소로 리튬 시장 역시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차전지 관련 적자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리튬 가격의 하락세가 멈췄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신한투자증권 박광래 연구원 또한 “철강, 에너지, 이차전지 소재라는 성장 엔진을 다시 점화할 준비를 마쳤다”며, 건설 부문의 일회성 비용과 신사업 투자 비용을 털어내는 현 구간을 지나면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실적을 낸 포스코홀딩스가 내실을 다지는 사이, 비철금속 분야의 강자 고려아연은 미국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고려아연, 미 국방부·상무부와 손잡고 ‘광물 안보’ 동맹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미국 국방부 및 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국 테네시주에 약 11조 원(한화 기준)을 투입해 핵심 광물 제련소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U.S. 스멜터(Smelter)’로 명명된 이번 프로젝트는 사실상 명맥이 끊겼던 미국의 제련 산업을 고려아연 중심으로 재건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투자를 넘어 ‘한미 전략 광물 동맹’으로 평가받는다. 조선업 분야의 한미 협력인 ‘MASGA’가 중국의 해양 굴기에 대응하는 것이라면, 이번 프로젝트는 중국이 장악한 희토류 및 핵심 광물 패권에 맞서기 위한 승부수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를 두고 “미국 내 핵심 광물 지형을 바꿀 변혁적 거래”라고 치켜세우며, 항공우주, 방산, 반도체, AI 등 미래 산업 안보에 필수적인 13종의 전략 광물을 미국 내에서 대량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네시에 ‘제2의 온산제련소’ 이식… 2029년 상업 생산 목표

고려아연은 세계 최대 규모인 울산 온산제련소의 운용 노하우와 최첨단 공정 기술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그대로 이식할 계획이다. 약 65만 제곱미터 부지에 들어설 통합 제련소는 2026년 착공하여 2029년부터 단계적인 상업 생산에 돌입한다. 연간 110만 톤의 원료를 처리해 아연, 구리 등 기초 금속뿐만 아니라 안티모니, 갈륨, 게르마늄 등 고부가가치 전략 광물 540만 톤을 생산할 예정이다.

테네시주 클락스빌은 물류 접근성이 뛰어나고 전력 요금이 저렴해 제련소 운영에 최적의 입지로 꼽힌다. 특히 고려아연은 기존에 가동 중단 상태였던 니어스타(Nyrstar) 클락스빌 제련소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기존 인프라 활용은 물론 숙련된 현지 전문 인력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 리스크를 크게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은 여전한 불씨… MBK “주주 이익 훼손” 반발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이어진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초기 투자금 21억 5천만 달러 중 일부를 미 국방부와 투자자들이 공동으로 마련하며, 상무부 역시 칩스법(Chips Act)을 통해 약 2억 1천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핵심 광물을 국가 안보 자산으로 간주하고 최우선 과제로 삼으라고 지시한 바 있어 정책적 수혜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현재 고려아연 경영진과 치열한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의 반발이다. MBK 측은 이번 대규모 해외 투자가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회사의 장기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향후 합작법인이 고려아연 지분 10%를 보유하게 되는 구조와 유상증자 계획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어, 이번 초대형 프로젝트가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뇌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