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확실성 뚫은 LG에너지솔루션… 대규모 채권 흥행 속 주가도 ‘탄력’

안전자산 선호 속 아시아 달러채 시장 ‘활기’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과 향후 유가 및 금리 방향성에 대한 불안감이 짙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우량 기업들은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순조롭게 끌어모으고 있다. 목요일 하루 동안 투자자들이 우량 등급 채권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주요 아시아 발행사들은 총 28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의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16억 달러 규모의 4단계 달러화 채권을 발행했으며, 호주의 웨스트팩 은행(Westpac)은 10억 유로(약 11억 6천만 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맥쿼리 은행(Macquarie)은 벤치마크 규모의 선순위 달러화 채권을 나란히 시장에 선보였다. 로이터가 확인한 투자 설명서에 따르면 이번 릴레이 발행은 앞서 월요일 아시아프리미엄생명(AIA)이 발표한 18억 달러 규모의 채권 조달 계획 직후에 이루어진 것이다.

막대한 자금 몰린 LG에너지솔루션의 외화채 발행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시기일수록 최고 등급 발행사를 찾는 ‘안전자산으로의 도피(Flight to quality)’ 현상은 한층 뚜렷해진다. 씨티그룹 한국 부채자본시장(DCM) 담당 안대일 이사는 아시아 투자등급 채권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며 투입 대기 중인 잉여 자본도 풍부하다고 분석했다. 발행 시장의 중심에 선 LG에너지솔루션의 무보증 선순위 채권은 5.0% 금리의 2029년물 3억 달러, 5.25% 금리의 2031년물 5억 달러로 구성되었다. 여기에 SOFR(미국 담보조달금리)에 156bp를 더한 5년물 변동금리부 채권 3억 달러와 5.875% 금리의 2036년물 그린본드 5억 달러가 포함되었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수요예측 결과 2029년물과 2031년물에는 각각 28억 달러, 30억 달러가 넘는 주문이 쏟아졌고, 변동금리부 트랜치와 2036년물 그린본드 역시 각각 20억 달러, 35억 달러 이상의 뭉칫돈이 몰렸다. BofA 증권, 씨티그룹, 크레디아그리콜, HSBC, JP모건이 공동 주관사로 참여한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확보된 금액은 채무 상환과 국내외 설비 투자, 원자재 구매 등 전반적인 기업 운영에 활용될 예정이다.

호주 금융권 채권의 안정적 수요 확인 아시아 지역의 신용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름값 있는 고품질 발행사들의 신규 채권은 늘 환영받는 분위기다. 크레디트사이츠(CreditSights)의 프라모드 셰노이 아시아·태평양 리서치 및 금융 부문장은 시장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AAA 등급인 커버드본드와 같은 최고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굳건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웨스트팩은 미드스왑(mid-swaps)에 28bp를 가산한 3.119%의 쿠폰 금리로 2031년 1월 만기 커버드본드 발행을 무난하게 마무리했다. 맥쿼리 은행 역시 2029년 3월 만기를 앞둔 3년물 고정 및 변동금리 달러화 무보증 선순위 채권을 듀얼 트랜치 구조로 성공적으로 발행하며 열기를 이어갔다.

채권 시장 흥행, 주식 시장의 ESS 기대감으로 직결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의 이 같은 탄탄한 신뢰는 주식 시장에서의 극적인 주가 반등 추세와도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그동안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라는 악재에 짓눌려 하락의 골이 깊었던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두 달 사이 주가가 35% 넘게 튀어 오르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5월 23일, 2022년 상장 이후 최저치인 26만 8000원(종가 기준)까지 추락했던 주가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 유지와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 결정이 맞물리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회복되었다. 무엇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의 고성장이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 실질적인 실적 개선으로 증명되면서 강한 매수세가 유입되었다.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미국 보조금을 제외하고도 6분기 만에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25일 36만 3500원까지 오른 데 이어 28일 오전에도 전 거래일 대비 4.95% 상승한 38만 1500원에 거래되는 강세를 보였다.

실적 턴어라운드 돌입 vs 전기차 부진 장기화 우려 주가가 확연한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선에는 강한 기대감과 신중론이 교차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미국 내 ESS 생산의 본격화가 전체 실적 흐름의 결정적인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3분기 매출은 소폭 감소하더라도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7% 증가한 5272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며 투자의견을 ‘매수’로, 목표주가는 45만 원으로 크게 올려 잡았다. 반면 NH투자증권은 ESS 부문의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올해 50%, 내년 111% 증가 예상)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도 섣부른 낙관은 경계했다. 목표주가는 동일하게 45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나, ESS의 성장이 전기차 수요 부진이라는 거대한 압박을 단기간에 완벽히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다가오는 10월부터 미국 내 전기차 판매 침체가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남아있어, 단기 반등 이후에는 주가 상승 탄력이 점진적으로 둔화될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