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주가, 중국 H200 수요와 ‘AI 거품론’ 사이 팽팽한 줄다리기… 네모트론 3로 승부수

2025년 12월 15일 월요일, 엔비디아(NVDA) 주가가 시장의 상반된 기대 속에서 방향성을 탐색하고 있다. 지난주 기술주 중심의 하락세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175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현재 시장은 중국발 고성능 AI 칩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월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AI 인프라 투자 수익성(ROI)에 대한 불안감이 충돌하며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엔비디아는 차세대 오픈 모델인 ‘네모트론 3(Nemotron 3)’를 전격 공개하며 기술 리더십을 재확인시켰다.

H200, 중국 수출의 빗장 풀리며 새로운 기회 모색

시장의 이목은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 중 하나인 ‘H200’에 쏠려 있다. 최근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 정책이 라이선스 발급 및 25% 관세 부과를 조건으로 일부 완화될 조짐을 보이자, 중국 시장 내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 같은 규제 완화 기류에 맞춰 중국 기업들의 주문이 쇄도할 것을 대비해 H200의 생산 능력 확대를 적극 검토 중이다.

H200은 엔비디아의 최신 플래그십인 블랙웰(Blackwell) 바로 아래 단계에 위치한 호퍼(Hopper) 아키텍처 기반 제품으로, 지정학적 상황에서 이른바 ‘골디락스’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고도화된 AI 워크로드를 처리하기에 충분한 성능을 갖췄으면서도, 미국의 통제 하에 제한적으로나마 수출이 허용될 가능성이 있는 제품군이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 수요가 실제 매출로 이어진다면, 이는 엔비디아의 매출 구조에 강력한 순풍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전한 공급망 제약과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승인 여부라는 또 다른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중국 당국이 자국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해 엔비디아 칩 구매 시 국산 제품 혼용을 강제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판매는 가능하나 구매가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또한, TSMC의 첨단 공정 생산 능력이 이미 포화 상태인 점도 변수다. 엔비디아가 H200 증산을 결정하더라도, 최신 칩 생산 우선순위와 겹쳐 즉각적인 공급 확대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규제 준수를 위한 기술적 장치를 마련했다. 칩이 어느 국가에서 사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위치 검증 기술을 개발해 블랙웰 시스템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엔비디아 측은 이것이 원격 ‘킬 스위치(Kill Switch)’가 아니며, GPU 원격 측정 및 네트워크 지연 기술을 활용한 고객 설치형 옵션임을 강조했다. 이는 미 규제 당국의 압박을 해소하려는 조치이지만, 일각에서는 감시 기술로 오인될 수 있어 중국 시장 내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AI 수익성’ 우려 잠재울 네모트론 3 전격 공개

월가의 “막대한 AI 투자가 언제 수익으로 돌아오는가”라는 회의론에 맞서, 엔비디아는 기술 혁신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이날 엔비디아는 개방형 AI 모델 제품군인 ‘네모트론 3’를 발표했다. 나노(Nano), 슈퍼(Super), 울트라(Ultra) 세 가지 사이즈로 출시된 이 모델들은 ‘전문가 혼합(MoE)’ 아키텍처를 도입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네모트론 3 나노 모델의 경우, 이전 세대 대비 4배 높은 처리량을 자랑하며 대규모 다중 에이전트(Multi-agent) 시스템 구동에 최적화되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개방형 혁신이야말로 AI 발전의 토대”라며, 네모트론이 개발자들에게 투명하고 효율적인 에이전트 시스템 구축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이전트 AI 시대를 향한 생태계 확장

이번 네모트론 3 출시는 단순한 챗봇 시대를 넘어, 복잡한 워크플로우를 스스로 자동화하는 ‘에이전트 AI’ 시대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비스나우(ServiceNow), 액센츄어,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들이 네모트론을 채택해 제조, 사이버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엔비디아는 이번 모델이 각국의 데이터 주권을 존중하는 ‘소버린 AI(Sovereign AI)’ 전략의 일환임을 명확히 했다. 한국을 포함한 유럽 등지의 기업들이 자국의 규제와 가치관에 부합하는 자체 AI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주식 시장의 단기적인 등락과 별개로, 엔비디아는 H200을 통한 매출처 다변화와 네모트론 3를 통한 기술 생태계 장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으며 2025년 연말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