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 잇는 초대형 철도 네트워크 구축
화물 철도 업계의 거대 기업인 유니언 퍼시픽(Union Pacific)은 85억 달러 규모의 인수합병을 통해 동부 지역을 주로 운행하는 노퍽 서던(Norfolk Southern)을 인수한다고 29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이번 합병이 완료되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동서 해안을 연결하는 대륙횡단 철도망이 탄생하게 된다. 양사가 보유한 철도망을 합치면 총 5만 마일(약 8만 킬로미터), 미국 43개 주에 걸쳐 화물 운송이 가능해진다.
경쟁 감소 우려 속 업계 지형 대변화
이번 합병은 미국 철도 산업 내 경쟁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단일 회사가 미국 철도 화물의 약 40%를 담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 독점과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 연방 철도 규제 당국은 합병이 산업 내 공정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지에 대해 면밀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운송 속도 향상 및 효율성 증대 기대
유니언 퍼시픽은 미시시피강 서쪽 지역, 노퍽 서던은 동쪽 지역을 각각 담당하고 있어 두 회사의 합병은 물류 연결성을 대폭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철도를 환승할 필요 없이 일관된 운송이 가능해지며, 신규 노선 개설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니언 퍼시픽 CEO 짐 베나(Jim Vena)는 성명을 통해 “철도는 산업혁명 이후 미국 발전의 핵심 인프라였으며, 이번 합병은 철도 산업을 다음 단계로 이끄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새로 출범할 회사의 이름은 ‘유니언 퍼시픽 대륙횡단 철도(Union Pacific Transcontinental Railroad)’가 될 예정이다.
노동자 보호 및 제조업 재건 강조
합병 이후 통합된 철도 회사는 약 5만 명의 직원을 보유하게 되며, 이 중 80%는 노조 소속이다. 회사 측은 이번 거래가 고용을 유지하면서 미국 제조업을 활성화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캐나다 철도 기업들과의 경쟁력을 높이고 미국 내 화물 운송 비중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BH컨설팅의 철도 분석가 토니 해치는 “이번 합병은 철도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그동안 주요 문제였던 신뢰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합병 조건 및 과거 이슈
유니언 퍼시픽은 이번 인수에 대해 현금과 자사 주식 혼합 방식으로 주당 320달러를 제안했으며, 이는 7월 16일 기준 노퍽 서던 주가의 30일 평균에 25%의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이는 미국 철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 중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노퍽 서던은 2023년 오하이오주 이스트 팔레스타인에서 위험 물질을 운송하던 열차 탈선 사고로 큰 비판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법무 책임자와의 사내 불륜으로 인해 CEO가 해임되기도 했다.
버핏 소유 BNSF와 경쟁 본격화
이번 합병은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소유한 BNSF 철도와의 본격적인 경쟁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니언 퍼시픽 측은 피츠버그에서 캘리포니아 콜튼까지 철강을, 캘리포니아 헤론에서 오하이오 프리몬트까지 토마토 페이스트를, 태평양 북서부의 목재, 멕시코만의 플라스틱, 애리조나와 유타의 구리, 와이오밍의 탄산나트륨 등을 매끄럽게 운송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이번 합병이 승인될 경우, 미국 물류 산업의 판도는 물론, 제조업과 일자리 창출, 대외 경쟁력까지 포괄하는 거대한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